성노동자의날 4주년 간담회, 성노동자들 솔직한 목소리 드러내야 |
2009·06·30 13:41 |
[편집부]
29일 오후 4시 평택 소재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는 6.29 성노동자의 날 4주년을 맞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사회진보연대,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노점노동조합연대, 독립프로덕션 빨간눈사람, 한국인권뉴스 등 단체 인사들과 대만의 COSWAS 활동가들이 함께 했다.
다음은 민성노련 이희영 위원장과 COSWAS 치엔 치아잉 활동가의 발언 중에서 주요부분을 고른 것이다.
■ 성노동자 운동과 최근 정세, 전망에 대하여
이희영 (민성노련 위원장)
민성노련이 성노동자 운동에 박차를 가할 당시와 지금은 정세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 초기, 정치권력을 비롯하여 특히 이를 주도하던 여성권력계인 주류여성계에 초점을 맞춰 투쟁을 전개했다. 그들은 실현가능한 자활대책은 세우지도 못한 채, 우리를 '구원'하는 양 선전하면서 이른바 집결지 자활지원사업이란 명목 아래 예산을 따내 정작 '실익'은 자신들이 챙기려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결과도 그렇게 나타났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지금 이유야 어쨌든 주류여성계는 권력계에서 조금은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징적인 사례가 있다. 탈성매매 여성을 지원한다고 집창촌 폐쇄에 앞장서 2005년 11월 25일 출범한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가 얼마 전부터 '한국여성인권진흥원'으로 통합돼 사실상 본래의 기능이 현저하게 약화된 것이다. 우리는 이를 아무런 실효성도 없는 성매매 특별법을 근거로 예산만 낭비하던 사람들이 결국 유야무야되고 있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이해한다.
난처한 점도 있다. 이렇듯 주류여성계가 비주류 권력쯤 위치가 바뀌다 보니, 억압과 피억압의 관계에서 하루아침에 그들이 피억압자의 위치에 놓인 것처럼 모양새가 이상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민성노련이 애초 여성권력계를 향해 설정했던 투쟁방향이 함께 모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이들에 대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고민되기도 한다.
국내 성노동자운동이 서구나 제3세계에 비해 너무 늦었지만, 그럼에도 태어난 것은 그간 성인들 사이의 자발적인 성거래를 묵시적으로 용인해오던 정책에서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법제화를 통해 전면 금지주의로 돌아선 데 기인한다. 물론 이 정책의 타켓은 집창촌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관계로 1차적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성노동자들이 탄압에 맞서 일어난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리고 특히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연대단위가 민성노련을 중심으로 결합해 성노동자운동의 이론과 실천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노동자운동은 민성노련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민성노련처럼 집창촌 지역뿐만 아니라 음성적 성거래에 종사하는 다양한 형태의 성노동자들 또한 꾸준히 주체화 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도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실태를 숨기지 말고 솔직한 목소리를 드러냄으로써 음성부문의 성노동자들에게도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향후 성거래 정책이 선진화되려면 반드시 성매매 특별법은 전면적인 개정이나 폐지되어야만 한다. 이 법이 존재하는 한 이 땅의 성노동자들은 항상 불법이란 낙인이 찍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범죄화건 합법화건 사회적으로 충분한 토론을 통해 조속히 합리적인 정책이 채택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만, 성거래 형태에 있어 생계형과 기업형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며 따라서 이 부분도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성노동자운동은 사실 이제부터다. 집창촌 성노동자들이 성매매 특별법에 저항해 일어난 자연발생적인 움직임이 1기 운동이었다면, 2기 운동은 내용에서 보다 정교해지고 풍성해져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성노동자들은 주체로서 역량이 취약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민성노련의 작은 경험처럼 사회적으로 문이 열리고 시민사회단체와 신뢰 있는 소통을 하다보면 성노동자들도 꾸준히 한 걸음씩 발걸음을 넓혀나갈 것이다.
■ 코스와스(Collective Of Sex Workers And Supporters, COSWAS) 사례 소개
치엔 치아잉 (COSWAS 활동가)
성노동이 불법화된 상태에서 사회적 대화를 위해 4가지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즉 성노동자들의 주제가 담긴 길거리 드라마(퍼포먼스) 작업, 노래 만들기, 자신들의 이야기 쓰기, 다큐 영상 만들기가 그것이다. 또 코스와스 자원활동가들은 성노동과 성산업에 대해서 배우고 이를 토대로 (필요한 이들에게) 교육한다. 이런 과정에서 성노동자들과 공조, 연대한다.
대만도 한국의 성노동자들처럼 교체가 잦다(한 곳에서 머무르지 않고 여러 곳을 전전). 따라서 장소가 달라도 성산업에 종사하는 그들과 꾸준히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성노동자들에게 성거래 불법화가 노동환경과 생활에 어떻게 열악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드러내고 함께 공유한다.
성노동자들이 대학이나 전문가 집단에 나가 행하는 강의는 매우 효과적이다. 이를 통해 그들과 같이 싸워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운다. 각종 선거가 있을 때마다 (후보자나 정당이) 성노동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확인한다. 무엇보다 성노동자들 자신이 내는 목소리가 중요하다. 제 3자의 목소리는 진정성에서 약하다.
대만 주류페미니스트들은 성노동자를 언급할 때, 성노동과 관련된 낙인(도덕적인 면)을 주로 얘기함으로써 오히려 성노동자들이 주장하는 핵심들(생존권, 건강권 등)을 흐트러뜨린다. 대만정부는 성거래에 대해 (향후) 비범죄화를 언급하곤 있으나 믿을 수 없다. 비범죄화 정책이 채택될 때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코스와스 자원활동가들은 다양한 성거래 지역에서 (성노동자들의 일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항들에 관한) 캠페인을 벌이며 뉴스에서는 이를 소개한다. 성노동자들은 보도를 접해 알게 되며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곤 한다.
성거래 불법화를 제도화한 천수이벤(1997년 당시 타이빼이 시장으로 공창제 폐지함, 후일 총통 역임, 현 뇌물 수수와 기밀비 횡령죄로 수감 중)에게 이로 인해 성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하게 됐는지 추궁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천수이벤은 성거래 불법화를 진정성이 없이 단지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도구로 게임으로 이용했다는 게 코스와스의 판단이다.
대만에서 경찰의 성거래 단속은 사실상 쉽지 않다. 현장목격이나 호객행위 적발시 추궁할 수는 있지만 실제 규명이 어려워 성노동자들이 발 빼기가 가능하다. 만약 체포될 경우 도움을 요청하면 코스와스는 법적 지원을 한다. 또 경찰이 손님을 가장한 함정수사를 하면, 코스와스는 이를 의도적인 불법으로 규정하여 역공하며 효과적이다. 대만은 공무원 부정부패 처벌이 매우 엄격해 이 방식이 유효하다. (괄호 안은 한국인권뉴스 설명, 성매매는 성거래로 바꿔 사용함)
[한국인권뉴스] |